가을바람이 한결 차분하게 산자락을 감싸는 10월 중순, 포천 명성산의 억새꽃 축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수많은 인파로 붐비던 축제는 끝이 났지만, 억새의 진짜 시간은 이제부터가 절정입니다. 소란스러웠던 축제 뒤로 번잡한 소음과 주차 정체가 씻은 듯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서걱이는 바람 소리와 눈부신 은빛 물결만이 남아 길손을 맞이합니다. 정상부 아래 약 20만 평에 달하는 너른 분지가 하얀 솜털을 활짝 터뜨리며 바다처럼 일렁이는 지금, 명성산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호젓한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습니다.궁예의 애달픈 전설을 품은 20만 평 은빛 고원 분지명성산(鳴聲山)은 후고구려를 건국했던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패망의 한을 품고 통곡하자, 산도 따라 슬피 울었다는 구전 설화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