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악산국립공원의 수려한 산세와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청풍호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로 들머리로 들어서면, 잔잔한 호수 수면을 가로지르며 아찔하게 허공에 걸린 ‘옥순봉 출렁다리’가 나들이객을 맞이합니다. 제천 10경 중 제8경이자 지리적 특성 덕분에 단양팔경에도 함께 이름을 올린 명승 옥순봉(해발 283m)은 희고 푸른 바위들이 마치 비 온 뒤 솟아나는 대나무 순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절경입니다.
2021년 10월 개장한 이래 거친 산행 없이도 호수 한가운데서 기암괴석을 가장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11월 초순을 맞이한 지금, 깎아지른 수직 바위 절벽 틈새를 붉고 노랗게 물들인 단풍이 거울처럼 맑은 청풍호 수면에 고스란히 투영되며 빼어난 가을 진경산수화를 펼쳐내고 있습니다.
퇴계 이황의 찬사와 단양·제천을 아우르는 옥순봉의 역사적 서사
옥순봉이라는 독특한 명칭과 웅장한 바위 절벽에는 조선 사대부들의 풍류와 지리적 경계를 둘러싼 흥미로운 역사성이 배어 있습니다.

- 조선 명종 시절 단양군수로 부임했던 퇴계 이황이 바위 벽에 핀 석순의 자태가 마치 비 온 뒤 옥빛 대나무 순이 솟구친 형상과 같다 하여 ‘옥순봉(玉筍峯)’이라 명명하고, 그 빼어난 풍광을 칭송하며 ‘충북의 소금강’이라 불렀습니다.
- 청풍군(현 제천시) 관할이었으나 빼어난 경치에 반한 퇴계가 단양으로 속하게 해달라 청풍군수에게 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석벽에 '단양지문(丹陽之門)' 네 글자를 새겼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오늘날에도 제천 10경과 단양팔경에 동시에 등재되어 영서 남부 최고의 산수미를 자랑합니다.
길이 222m 무주탑 현수교가 선사하는 청풍호 한복판의 아찔한 스릴

옥순봉 출렁다리는 주탑 없이 케이블로만 지탱하는 길이 222m, 너비 1.5m의 무주탑 현수교로 설계되어 물 위를 걷는 생생한 현장감을 전합니다. 다리 위로 발을 내딛는 순간 호수 위로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전해지는 특유의 미세한 흔들림은 발밑을 아찔하게 자극합니다.
철망 바닥 틈새로 소용돌이치는 청풍호의 깊은 물결을 내려다보며 호수 한가운데에 서면, 정면으로는 옥순봉의 웅장한 백색 암벽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뒤편으로는 붉은빛의 옥순대교가 호수와 강렬한 원색 대비를 이루며 가슴 벅찬 파노라마를 선사합니다.
408m 생태탐방 데크로드와 야자매트 숲길이 건네는 여유

출렁다리를 건너 맞은편 수변에 닿으면 산자락의 자연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조성된 408m 길이의 생태탐방 데크로드가 이어집니다. 가파른 벼랑을 오르는 대신 호숫가를 따라 부드럽게 굽이치는 목재 데크와 푹신한 야자매트 길은 휠체어와 유모차도 편안히 오갈 수 있는 무장애 힐링 코스입니다.
길 중간마다 마련된 쉼터 전망대에 서면 호수 수면 가까이에서 옥순봉의 수직 절벽과 바스락거리는 활엽수 단풍 숲을 오롯이 조망할 수 있어, 왕복 1시간 남짓 동안 자연과 하나 되는 호젓한 삼림욕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옥순봉 출렁다리는 퇴계 이황이 극찬한 충북의 소금강 암벽과 222m 호수 위 출렁다리, 408m 수변 데크를 실속 있는 입장료로 누리는 중부권 최고의 늦가을 힐링 성지입니다.
실전 가을 힐링 추천 탐방 동선
- 옥순봉 출렁다리 완주 코스 (총 체류 약 1시간 30분): 옥순봉 출렁다리 주차장 (무료 주차) ➔ 매표소 발권 ➔ 222m 출렁다리 건너기 (청풍호 & 옥순봉 뷰) ➔ 408m 생태탐방 데크로드 산책 ➔ 수변 전망 쉼터 (단풍 반영 감상) ➔ 출렁다리 역방향 회귀 ➔ 주차장 복귀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 옥순봉 유람선

출렁다리 산책을 마친 뒤 차량으로 15분 거리인 '청풍문화재단지'로 향해보세요. 충주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던 한옥과 누각들을 복원해 둔 곳으로,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망월루에 올라 가을 단풍을 굽어보기 좋습니다.
색다른 시선을 원한다면 인근 나루터에서 '청풍호 유람선'에 탑승해보세요. 물 위에서 옥순봉과 구담봉의 수직 암벽을 올려다보며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면 제천의 자연과 역사를 아우르는 완벽한 당일치기 여정이 완성됩니다.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 실전 이용정보

- 위치: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로 342 (옥순봉 출렁다리 매표소)
- 산책 제원: 출렁다리 222m + 데크로드 408m (왕복 도보 약 1시간 소요 / 난이도: 매우 쉬움)
- 2026 단풍 절정기: 11월 첫째 주(현재) 옥순봉 바위 절벽 단풍 최고 절정 ➔ 11월 중순까지 호수 반영 낙엽길 지속
- 동절기 운영 시간(11~2월): 10:00 ~ 17:00 (입장 마감 16:20) / 하절기(3~10월)는 09:00~18:00
- 휴무일: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 첫 평일 휴무), 설·추석 당일, 근로자의 날
- 입장료 / 주차비: 일반 성인 3,000원 (제천시민 1,000원) / 주차 요금 전면 무료 (넓은 전용 주차장 완비)
- 문의처: 043-641-6738 (옥순봉 출렁다리 관리사무소)
- 에디터's 꿀팁: 11월부터는 동절기 단축 운영으로 오후 4시 20분에 입장이 마감되므로 늦어도 오후 3시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흔들리는 다리와 푸른 호수 끝자락에서 만나는 가을의 여운

생태데크 난간에 가만히 기대어 서서, 호수 위로 유유히 번져가는 은빛 물결과 그 위로 붉게 흩날리는 단풍잎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가슴속 엉켜 있던 조급함이 투명한 청풍호 물속으로 깨끗이 가라앉습니다.
수억 년 세월 동안 비바람에 깎이면서도 우뚝 솟아 푸른 호수를 품어온 하얀 바위의 너른 품과 계절의 순리에 따라 붉은빛으로 스스로를 갈아입는 숲의 온기는, 숨 가쁘게 살아온 우리에게 잠시 걸음을 늦추고 삶의 결을 다듬을 수 있는 다정한 쉼표를 건냅니다.
가을빛이 가장 그윽하게 무르익는 11월 초,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의 호젓한 물길 위를 천천히 거닐며 자연이 전하는 깊은 평온과 여유를 가득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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