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의 도시’ 부산에도 거친 파도 대신 잔잔한 호수 조망을 바라보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허파가 숨겨져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금정구 회동동, 오륜동, 선동에 걸쳐 자리한 ‘회동수원지’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곳은 1930년대 말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영강과 철마천이 만나는 길목에 조성한 도심 속 인공 저수지이자 부산 시민들의 소중한 상수원지입니다.
지난 1964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엄격하게 지정된 이후 무려 45년 동안 인간의 발길을 철저히 거부하며 태고의 자연을 보존해 왔는데요. 지난 2010년 마침내 일반에 전면 개방되면서, 지금은 숲과 호수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에코 힐링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경사나 턱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가벼운 걸음으로 걸을 수 있는 회동수원지의 핵심 탐방 포인트를 알려드립니다.
맨발로 대지와 교감하는 힐링 로드, '땅뫼산 황토숲길'

회동수원지 둘레길의 수많은 구간 중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백미는 단연 ‘땅뫼산 황토숲길’입니다. 이곳은 금정구청이 주관하는 생태 탐방 프로그램인 ‘인문학과 함께하는 땅뫼산 소풍여행’의 주 무대이기도 한데요.
인위적인 시멘트를 걷어내고 자연 그대로의 고운 황토를 깔아놓은 황토길과 호수 위를 부드럽게 가로지르는 수변 데크길이 교차로 이어집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촉촉한 황토를 밟으며 수령 높은 나무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숲 내음을 맡다 보면, 도심 속 스트레스로 지쳐있던 오감이 맑게 깨어나는 심리적 치유와 정화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체력과 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선택하는 '3가지 명품 코스'
회동수원지 둘레길은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탄한 평지길로 구성되어 있어 본인의 체력과 남은 일정에 따라 부담 없이 코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A코스 (4.8km / 약 1시간 10분 소요): 상현마을에서 출발해 땅뫼산 수변 데크까지 이어지는 가장 대중적이고 편안한 코스입니다. 잔잔한 호수 풍경을 동행 삼아 가볍게 산책하기에 최고입니다.
- B코스 (5.4km / 약 1시간 30분 소요): 땅뫼산 데크에서 동대교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인적이 비교적 드물어 깊은 산속에 온 듯 고요한 자연 친화적 정취를 원하는 분들에게 제격입니다.

- C코스 (11.8km / 약 3시간 10분 소요): 회동수원지 전체를 크게 한 바퀴 완주하는 종합형 코스입니다. 부산의 명품 도보길인 '갈맷길'의 정수를 느끼며 주말 건강 트레킹을 즐기려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연둣빛 수풀과 시원한 호수 바람이 맞물리는 '초여름의 정취'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퇴근 후 가벼운 야간 산책이나 반나절 나들이로 접근하기 매우 훌륭합니다. 특히 본격적인 한여름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지금 시기는 연둣빛으로 물든 청량한 수풀과 호수 표면을 타고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회동수원지를 걷기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길 표면이 보송보송하게 건조되어 있고 하늘이 맑은 날이 많아, 수변 정취를 가장 선명하고 고즈넉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유모차와 휠체어도 안전하게, 배려 깊은 '무장애 탐방지'

상수원 보호구역이었던 맑은 자연을 공유하는 공간인 만큼, 교통약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회동수원지 수변 산책로의 주요 거점 구간은 가파른 계단이나 턱을 과감히 없앤 ‘무장애 탐방로’로 정비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어린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보행 불편 어르신들도 아무런 제약 없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호수 한가운데서 산림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둘레길 입구의 주차장과 공중화장실 등 편의시설 역시 무장애 설비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 관람의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부산 회동수원지 둘레길 방문 정보 요약

- 소재지: 부산광역시 금정구 오륜동·선동·회동동 일원 (회동수원지)
- 이용 요금: 둘레길 입장료 및 관람료 전면 무료
- 개방 시간: 상시 개방 (※ 상수원 보호구역이므로 야영, 취사, 낚시, 쓰레기 투기 엄격 금지)
- 주요 시설: 땅뫼산 황토숲길, 수변 데크로드, 무장애 편의시설, 공영 주차장 완비
- 방문 팁: 맨발로 황토길을 걸은 후 발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는 세족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니, 발을 닦을 작은 개인 수건 한 장을 챙겨오시면 더욱 편리합니다.
마무리하며

4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간의 발길을 통제하며 묵묵히 청정 자연을 길러온 부산 ‘회동수원지’. 이번 주말에는 화려하고 시끄러운 해운대나 광안리 바다를 잠시 벗어나, 산과 호수가 포근하게 감싸 안은 땅뫼산 황토숲길을 걸으며 복잡했던 잡념을 비워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부드러운 흙길을 맨발로 밟으며 걷고, 수평선처럼 잔잔한 호수 바람에 몸을 맡기는 소박한 시간은 지쳐있던 일상에 맑고 정갈한 쉼표를 선물해 줄 것입니다.